디지털 속에 살아난 세시풍속, 전통이 새로운 언어로 말하다
디지털 속에 살아난 세시풍속, 전통이 새로운 언어로 말하다
사라진 줄 알았던 전통, 다시 디지털에서 살아나다
우리가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웠던 ‘세시풍속(歲時風俗)’은 이제 기억 속 한켠으로 밀려난 문화가 되었습니다.
정월대보름, 단오, 추석 같은 날에는 마을이 하나의 축제였지만,
지금은 SNS와 디지털 기기로 일상을 꾸리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세시풍속이 디지털 공간 속에서 부활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속 설날 세배 체험, AI가 재현한 단오 부채춤,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열리는 추석 송편 만들기 챌린지까지 —
전통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새로운 언어로 다시 이야기되고 있을 뿐입니다.
세시풍속이란 무엇인가 : 시간에 따라 살아온 우리의 문화
세시풍속은 한 해의 시절(歲時)에 따라 행해지는 생활 풍속을 뜻합니다.
농경 사회의 주기, 계절의 변화, 인간관계의 조화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 정월대보름 ) : 달맞이, 부럼깨기, 지신밟기
( 단오 ) ; 창포물에 머리 감기, 그네 타기
( 추석 ) : 성묘, 송편 빚기, 강강술래
이 모든 풍속은 공동체의 리듬과 자연의 순환을 함께 느끼는 장치였습니다.
하지만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공동체의 시간’이 사라지면서,
세시풍속도 함께 희미해졌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전통을 되살리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억과 의미를 다시 구조화하는 과정입니다.
과거에는 노인들의 구전(口傳)으로 이어지던 전통이,
이제는 디지털 데이터와 AI 시스템을 통해 저장되고 확산됩니다.
다음은 세시풍속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방식들입니다
1. SNS 콘텐츠로 부활하는 생활 풍속
MZ세대는 전통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소비합니다.
인스타그램에는 #한복챌린지, #전통놀이데이 같은 해시태그가 등장하고,
틱톡에서는 “설날 세배 영상 릴스”나 “단오날 머리 감기 브이로그”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얻습니다.
즉, 세시풍속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트렌드 콘텐츠’로 재탄생한 셈입니다.
디지털 세대는 전통을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형 놀이’로 인식합니다.
2. 메타버스 속 명절 체험
2024년 기준, 서울시가 주최한 ‘메타버스 설날 한마당’은
게더타운과 ZEP에서 열려 수많은 참가자들이 아바타로 세배를 하고 전통놀이를 즐겼습니다.
이처럼 메타버스 공간은 세시풍속을 단순히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
직접 체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대에게 세배는 ‘행사’가 아니라 ‘경험 콘텐츠’입니다.
전통은 그렇게 ‘새로운 언어’를 얻습니다.
3. AI로 재해석된 전통 이미지
AI 일러스트 도구를 통해 ‘단오날의 풍속화’를 현대적으로 복원하거나,
AI 보이스로 ‘정월대보름 설화’를 낭독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AI는 사라진 전통의 형상을 재현할 뿐 아니라,
잊혀진 감정을 시각화하는 디지털 복원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AI는 인간의 기억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잊힌 기억을 다시 꺼내는 도구”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4.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한 보존
국립민속박물관과 문화재청은 세시풍속을 3D 스캔 및 디지털화하여
누구나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중입니다.
이로써 전통은 더 이상 ‘지역에 묶인 문화’가 아니라
누구나 접근 가능한 열린 지식 자산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잊혀가는 풍속을 영원히 기록하는 새로운 형태의 유산 창고”입니다.
전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만 바뀔 뿐이다
세시풍속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복원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의 정서를 미래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입니다.
전통의 가치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살아 숨 쉬는 감정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세시풍속은 이제 더 이상 옛사람들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AI, 메타버스, SNS 속에서도 여전히 ‘공동체의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